자, 귀국에피소드가 너무 길었기때문에 이번 편에서 빠르게 마무리해보겠습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고, 킷켓과 프링글스로 아침을 떼운 저는 생각을 합니다.
비행기 시간은 밤 9시 15분.
하지만 제가 호텔에서 나가는 시간은 12시
9시간을 밖에서 기다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을 했기에
일단 돈이 아깝더라도 호텔시간은 5시까지 연장합니다.
그리고 PP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라운지를 이용할 생각을 하고 다시 호텔에서
이해하지도 못하는 네덜란드 TV를 틀어놓은 채 시간을 보냅니다.
중간에 점심을 사오면서 간단히 조카의 선물을 구매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호텔에서 나오지 않고 조심히 대기했습니다.
퇴실 후 잠시 시간을 보낸 뒤 6시에 라운지에 들어갑니다.
라운지는 코로나여파로 요리류를 많이 줄이고, 스낵과 음료만 있습니다.
한 구석에 자리잡은 제 뒤로 중국 사람들이 온갖 장비들로 무장한 채 앉아있었습니다.
페이스프로텍터에 흔히 얘기하는 방호복까지...
자기네가 퍼트렸으면서.....ㅠ
그 사람들을 의식해서 최대한 접촉을 줄이고(중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
간단한 음료와 때마침 등장한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워봅니다.
드디어 탑승시간.
3-4-3의 좌석중 좌측 3명이 앉는 자리 복도쪽이 제 자리였으나
가운데 자리는 다행히 비어있었고, 창가쪽은 유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분이
가운데 4명자리도 제 쪽으로는 비어있었습니다.
다시 이어지는 지루한 비행
드디어 인천에 도착합니다.
제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은 3월 22일
오후 3시 40분에 비행기에서 내려 여자친구에게 잘 도착했다고 메세지를 보냅니다.
'잘 도착했어. 아마 자고 있겠네. 걱정하지 말고 숙소에 가서 연락할께.'
한국과 브라질의 시차는 12시간
새벽 3시 40분이었기에 그녀가 깨어있을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보낸 메세지에 칼같이 온 답장.
'다행이다. 너가 무사히 도착할때까지 기다렸어. 나는 확인했으니 이제 잘거야.'
제 여자친구는 한국사람과는 조금 달라요.
문화적 차이이기때문인지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여자친구지만 새벽에 제가 도착할때까지 안자고 기다릴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더욱 고마웠지만요.
하지만 그 날부터 유럽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원 시설입소 후 코로나검사가 시행됩니다.
시행 첫날이기에 여기저기 우왕좌왕
사람들을 인솔하기 위해 있는 경찰을 따라 버스로 이동하여 자리에 앉습니다.
제가 이동하는 곳은 경기도 광주의 한 시설
그 곳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 뒤 음성일 경우 다음 날인 23일 월요일에 퇴소를 하는 그런 형태였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제일 높은 층인 4층에 배정되어 씻고 기다리니 도시락을 가져다 주는군요.
오랜만에 먹는 한국도시락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샤워를 하려던 찰나
방송이 건물에 울려퍼집니다.
'양치질을 하시면 검사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으니 씻으시더라도 양치질은 하지마세요.'
'?????????????????????'
비행기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얼추 15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이 양치질을 못했을테고,
코로나검사를 받아야하는데 양치질도 못한 구강을 남에게 공개해야한다는 수치감....ㅋㅋㅋ
하지만 일단 샤워라도 마치고 TV를 보면서 제 검사차례를 기다려봅니다.
새벽 1시경
똑똑똑 울리는 제 방문소리
문을 여니 온 몸을 방호복으로 무장하신 분이 문 앞에서 제 코와 입 안을 쑤시더군요.
순식간에 끝난 검사.
이제 마음 편안히 잠을 청해봅니다.
다음 날 아침 생각보다 빠르게 배가 고픕니다.
아침부터 배달된 초밥을 먹어도 아직 배가 고팠지만 이제 오늘은 집에 갈 수 있다는 마음에 들뜹니다.
오후 1시 방송을 통해 그 시설에 온 모두가 음성이라는 결과가 공지되고
1층사람들부터 차례대로 성남터미널로 이송해준다고 합니다.
'응?? 우리는 격리 대상자인데 터미널로 이송해주면 집에 갈때까지 만나는 사람들은?'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저는 이미 어머니가 집에서 출발하신 상태
그래서 그냥 경기도광주의 시설까지 와달라 부탁드리고, 기다렸습니다.
제일 마지막에 도착하신 어머니.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은 익숙하지만 어딘가 새로웠습니다.
집에 도착하기 전 골목길
삼촌이 한국에 왔다는 소리에 여동생과 조카가 마중을 나왔네요.
우리집에서 5분거리에 사는 여동생은 직접 마주할 수 없지만 차 유리창너머로 얼굴을 마주하고 웃습니다.
이제 집으로 갑니다.
19일 정오에 출발한 귀국길.
22일 오후 6시 드디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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