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그녀가 돌아가는 날이 다가옵니다.
그녀의 비행기는 정확히는 2월 2일 새벽 5시 비행기.
그러니 2월 1일에는 공항에 도착해야하는 상황이었죠.
우리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썼고,
금요일 저녁에 그녀가 그렇게 좋아하던 스파게티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강변을 걷는 등 서로의 추억을 쌓아갔습니다.
드디어 다가온 토요일.
그녀는 브라질로 떠나기전 여기에 있는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러 자리를 비웠고,
저는 한발 먼저 그녀가 머무는 이모부의 집에서 그녀를 기다립니다.
이윽고 도착하는 그녀, 제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자 적잖이 놀란 눈치입니다.
그녀는 자기만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봐요.
하지만 저도 그녀에게 표현을 꽤 많이 했지만 그 때 당시 그녀의 생각은 그랬었습니다.
공항으로 가기전 긴 머리를 고데기로 피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직까지 이별이 실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고 저도 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R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M(R의 와이프, G의 이모)한테 다른 집 청년이 G와 데이트할 수 있냐고 물어봤었데.
M이 장난으로 G에게 물어봤더니, G가 자기는 이미 임자가 있다고 하던데?'
하하하 그녀가 머무는 동안 꽤 많은 브라질 남자들이 대쉬를 하긴 하더군요.
어느정도 거절을 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저렇게 단호하게 이야기한줄은 몰랐습니다.
집에 돌아와 혼자서 준비를 한 뒤, 잠시 누웠습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모를정도로 빠르게 시간은 지났습니다.
짧은 시간만큼 내가 G를 크게 생각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G는 꽤 크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제 출발하는 차량....
공항으로 가기전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그녀를 위해 R의 가족과 G, 그리고 나는
시내에 하나뿐인 맥도날드에 갑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웃기지만, 그녀는 치킨을 시켰고 저는 치킨 버거를 시켰어요.
하지만 주문을 착각한 그녀는 치킨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었고,
이내 자기가 먹고 있던 것이 제 것이란 것을 안 그녀는 머쓱해하며 주더군요.
그렇게 잘 먹는걸 그냥 다 먹으라고 줄 걸...ㅠ
저녁을 먹은 우리는 공항으로 향합니다.
시내에서 차가 없으면 40분에서 50분정도 걸리는 공항
도착해서 체크인시간을 기다리며 우리는 벤치에 앉아 마지막으로 서로의 향을 맡았습니다.
참 이야기하고 보니 변태스럽지만 그녀는 제가 사용하는 향수를 많이 좋아했어요.
제가 쓰던 향수를 그녀에게 들려서 보냈는데, 그녀는 가기전까지 제 몸에서 나는 향수향을 맡고 있더군요.
혹시나 그녀가 울까봐 저는 손수건을 하나 챙겨갔습니다.
그리고 곱게 접어 벤치에 앉아있던 그녀의 손에 쥐어줬습니다.
(하지만 아마 그녀는 안 울었다고 생각해요...그녀의 성격상?)
그녀는 손수건을 꼭 쥔 채 내 손을 다시 잡아줬습니다.
체크인이 끝나고...
이제 그녀를 떠나보낼 시간.
그녀는 보안검사를 받으러 가기 위해 긴 줄의 끝에 섰고,
저는 그런 그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자기의 차례가 되어 실내로 들어가는 G
아무렇지 않은 듯 그녀에게 손을 흔듭니다.
그녀는 눈물을 보일 뻔하지만 애써 참더군요.
그녀가 내 눈에 보일때까지 그녀를 담아둔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숨죽여 우는 소리에 R의 가족 모두 알고 있었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요한 밤길을 차는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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