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비행기는 12월 13일이었나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1월 8일날 돌아오는 스케줄이었습니다.
약 4주의 시간.
브라질로 떠나기전 가족들과의 주말저녁시간.
오붓이 저녁식사를 하던 가족들에게 저는 폭탄선언을 합니다.
'저 할 얘기가 있는데요. 한달정도 브라질에 다녀올게요.'
'갑자기 왜?'
조용히 되물으시는 어머니.
'G와 그녀의 가족들을 좀 만나고 오려고 해요. 아직 결혼을 하겠다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전에 그녀의 가족들에게 인사드리고 정확히 그녀의 의사도 물어보려구요.'
제 말을 조용히 들으시던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없으셨고, 제 여동생과 그녀의 남편도 어색한 분위기속에서 침묵만을 지킵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있을 때, 저는 조용히 물어봤습니다.
'어머니, 근데 제가 브라질 가는거 반대 안하세요?'
'어차피 가려고 맘 먹었는데 말해서 무엇하니? 그냥 다녀와'
'네 조심히 다녀올게요.'
막상 아버지는 브라질에 간다니 아무런 말도 안하셨지만 가는 날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메시지를 남겨주시더군요.
조금의 용돈은 덤이었습니다.ㅋ
브라질로의 비행코스는 카타르 도하 - 상파울로 - 그리고 벨렘.
그때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가 전부 다 풀리지는 않은 상태였지만 브라질은 다행히도 국경폐쇄를 풀었고,
저는 비자 없이 3개월까지 체류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공항까지 마중나온 어머니와 여동생.
여동생은 장난스레 웃으며 자신의 선물을 사오라고 말했고, 어머니도 조용히 안아주시며 잘 다녀오라고 말해주셨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브라질로의 여정.
다행히도 한국에서 도하로 가는 비행기는 모든 좌석이 다 차있지는 않았고 옆에 좌석만 비어있었기에 조금은 여유로웠습니다.
하지만 역시 도하에서 브라질로 가는 항공기는 모든 좌석이 예약된 상태로 좌석이 가득했습니다.
힘겹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그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기분을 억누르며 얼른 브라질에 항공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상파울로공항.
여기서부터 제 악몽은 시작되었습니다.
상파울로로의 도착시간은 오후 2시경
하지만 벨렘으로 가는 비행기는 다음날 오전 6시 30분경
물론 공항 내 호텔을 예약해뒀지만 상파울로에서 입국심사를 받기때문에 짐을 모두 찾아야했고, 그 짐들과 함께 저는 움직여야했습니다.
23kg짜리 캐리어가 2개에 핸드캐리어 1개.
그리고 배낭까지 모든 짐을 짊어진 저는 비행의 피로도 풀지 못한채 짐을 부쳐야하는지 확인하러 공항카운터로 떠납니다.
상파울로 공항은 터미널이 3개로 꽤 복잡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국제선과 국내선이 갈려 있어 터미널을 옮겨야했고, 그 뒤에서야 항공사 카운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영어가 안되는 공항직원들도 있어서 브라질사람들에게 물었다가 돌아오는 일본어대답에 난감해했고,
그 일본어를 들은 제 뒤에 서 있던 일본할아버지가 저보고 일본인이냐고 길 좀 묻자고 하는 해프닝까지...
결국 공항카운터에서 내일 아침 비행기라 새벽 4시부터 짐을 부칠 수 있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공항 내 호텔을 찾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이미 그 때 시간이 오후 8시....
상파울로는 생각보다 습하고 더웠습니다.
겨울에 출발했던 영향도 있었겠지만 도착 바로 직전에 상파울로에 비가 왔었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그 습함을 이해할 수 있었죠.
공항보안요원에게 길을 물어 다행히 도착한 호텔.
호텔 내 좁은 방 속에 짐을 우겨넣고 저녁식사를 하려고 나왔습니다.
그 때 당시 브라질 돈이었던 헤알은 하나도 없었고, 오직 신용카드와 달러만이....
그리고 어떤 요리가 나올지 알 수 없었기에 결국은 맥도날드를 향합니다.
빅맥콤보(우리나라로 치면 세트메뉴)를 시키고 자리를 앉아 있었는데 한참 동안 제 빅맥이 나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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